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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병탁 선생님 영전에 바칩니다!(誄辭)

서찬수이메일

권병탁 선생님 영전에 바칩니다!

 

선생님께서 돌아가셨습니다.

선종소식을 듣고 놀랐지만 잠시 정신을 가다듬고,

당신께서는 저에게 무엇이셨는지를 조용히 생각해봅니다.

왜 눈물이 나는 지요?

 

큰 노목이 쓰러져도 소리가 있듯, 선생님 가심이 저에게 큰 울림이 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탁상공론, 거대담론보다는 실사구시의 학문을 추구하셨습니다.

게라마 열도에서 일본의 노동력 수탈, 나라 잃은 아픔을 살피려했습니다

직물수공업과 쇠부리, 도자수공업의 연구를 통해 Hand-made의 소중함을 알리고, 작업과정의 시간연구, 인간경영을 통해 기계공업의 미래를 전망하셨습니다.

매실연구에서는 매난국죽을 즐기는 양반들의 이기심을 꼬집고

감히 전공을 뛰어넘어 매실의 의학적 효능을 살피고 상용화를 주장하셨습니다.

약령시연구에서는 전통의학의 역사와 이 땅의 자본주의 싹을 밝히려 하였습니다.

쇠부리, 길쌈, 도자기, 약령시 연구 등

당신께서는 과거에 머무르는 연구가 아니라 과거를 통해 미래를 보려하였습니다.

정해진 틀, 짜여진 연구방법보다는 그 이면의 구체적 팩트를 보기를 즐겨하셨고,

또 이를 보다 크게 보며 자연과 함께 하는 호연지기를 주문하셨습니다.

역사를 움직이는 주체는 선비나 양반이 아니라

그 뿌리인 민중, 국민이라며 국민주체사관을 강조하셨습니다.

그러시며 선생님은 평생을 촌사람, 나무꾼으로 살기를 원하셨습니다.

역사를 기록하지 않으면 모든 것을 잃는 것임을 말씀하시고,

한국 수공업의 특수사를 기록하고, 일반사와 비교하고 의미를 찾으려 하였습니다.

수많은 저서와 연구로 선생님은 한국경제학회상, 다산경제학상과

2004년에는 대한민국 학술원상 등을 수상하셨고,

그리고 퇴임 후에도 이를 계속하려 팔공산에 전통산업박물관을 지어셨습니다

 

이러한 선생님의 뜻과 가르침으로 선생님은 저를 ‘기른’ 아버지셨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낡았다며 제대로 인식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언젠가 선생님의 뜻이 제대로 알려지고, 후손, 후학들이 이어가기를 희망합니다.

선생님은 어두운 밤의 등대, 혼란한 세상의 진정한 선비이자, 서민이셨습니다.

몸은 비록 가시지만 선생님의 정신과 삶의 궤적은 여기에 길이 남을 것입니다.

가시는 곳에 사모님이 계시기에 외롭지는 않으실 것입니다.

하늘나라에서 사모님과 만나 영원한 안식을 누리시길 기도합니다.

편안히 가십시오.

선생님! 사랑합니다.

     2019년 3월25일

     제자 서찬수 올림